2013년 초, 나이 마흔 중반에 갓 들어선 자네가 밀양경찰서장이 되었을 때, 자네의 고향 단장면은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자네의 금의환향을 축하해주었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때 밀양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들은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다. 좀 있으면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어 한바탕 전쟁을 치를 텐데, 그 작전을 총지휘할 밀양경찰서장으로 밀양 출신을 보내는 게 뭔가 께름칙하고 이상했더랬지. 그래도 어르신들은 ‘밀양 출신 경찰서장이 오면 고향 산천과 어르신들의 아픔을 알 터이니 좀 낫지 않겠나’라는 기대를 가졌더랬다. 생각해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어이없는 기대였다.
김수환 자네, 가슴에 손을 얹고 자네가 밀양에서 보낸 2013년부터 1년 반동안 자네가 밀양에서 저질렀던 짓들을 돌이켜보게나.
현장에서 밀양 어르신들은 100건이 넘게 응급후송되었지. 이상하게 자네가 현장에 나타나면 늘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하는 초강경진압이 벌어졌다.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 설치 때, 여러차례 주민과 활동가들이 까딱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 여러번이었다.
2014년 1월, 상동면 고답마을 한가운데에 굳이 경찰 숙영지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면서 벌어진 대충돌을 기억하나? 그때 어르신들 손등이 갈라지고, 줄줄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도로를 점거하고 식사하는 어르신들을 해산시키면서 밥그릇을 걷어차던 경찰들, 그때 김수환 자네는 현장에서 이 모든 끔찍한 작전들을 지휘했지.
그리고, 6월 11일 행정대집행이 있었다. 우리는 그 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밀양 경찰들이 시내에 철물점을 다니며 쇠사슬을 양껏 사서 절단기로 끊는 연습을 했다고 하더군. 2천명 경찰 병력을 이끌고 맨 앞에서 무전기를 들고 걸어오던 자네의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로 가슴이 떨려온다. 알몸으로 울부짖는 할머니들을 개처럼 끌어내던 경찰들, 소잡는 칼로 천막을 북북 찢었던 경찰들, 인간 백정도 그런 백정이 없었다.
문명국가의 수치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6월 11일 그날의 끔찍한 참극을 우리는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 사태를 겪은 뒤로부터 어르신 47명이 무려 250차례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셔야했다.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처방 받으시며 잠 못이루는 어르신들의 고통을 너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밀양 주민들에겐 2014년 가을 겨울이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철탑은 다 들어서고, 마을은 갈가리 찢기고, 어르신들은 그때의 상처로 아직도 뒤척이고 있다.
그리고, 자네가 2015년 1월, 청와대 22경호대장으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밀양 어르신들이 얼마나 펄쩍 뛰었는지 자네는 모를 것이다. 고향 어르신들 때려잡고 그 덕으로 대통령 경호를 한다니, 정말 기가 찼다. 우리나라 경찰 중에서 가장 노른자위 자리에 고향 어르신을 때려잡은 인간을 앉히다니, 이 나라가 정말 썩을 대로 썩었구나,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자네는 젊은 나이에 대단한 출세를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자네는 그래봤자 공권력의 앞잡이이고, 핵발전소와 초고압송전선으로 떼돈을 벌 대기업의 충실한 행동대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김수환, 자네가 앞으로 얼마나 출세를 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걸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자네가 경찰복을 벗고, 어르신들에게 참회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철탑 아래 버려진 논밭에서 농토를 일군다면, 그때서야 우리는 자네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밀양의 어르신들은 김수환에게 고한다!
김수환은 밀양 어르신들 앞에 당장 나와 무릎 꿇으라!
경찰청장은 6.11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민 앞에 공개 사죄하라!
고향 어르신 때려잡고 대통령 경호가 웬말이냐! 청와대는 김수환을 당장 파면하라!
2015년 7월 2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경과지 주민 일동